소중한 하루 일상/갑상선 치료하기

갑상선 기저질환: '여자, 뇌, 호르몬' 책을 읽고(feat.브레인포그)

Hestia 2021. 3. 2. 00:01

갑상선에 대해 꽤 오랫동안 업데이트를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울 동안은 별 일이 없었다. 

별 일이 없다기보다는, 별 일이 없으려고 아등바등했달까; 

아프지 않으려고 잘 챙겨 먹고 건강관리에 최대한 최선을 다한 겨울이었다. 

특히나 너무 추운 겨울이어서, 정말 이렇게 추우면 살아남는 것만 해도 너무 힘들다는 느낌이었다. 

영하 20도로 내려갈 때는 정말 너무 힘들어서 이민 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 ㅠ ㅠ

진짜 프리랜서로 살게 되면 겨울에는 남반구로 가서 살다 오고 싶다 ㅠ ㅠ

아무튼.. 잡소리는 각설하고, 오늘은 오랜만의 업데이트이다. 

 

 

여자,뇌,호르몬_사라매케아_갈매나무출판사_책-표지-사진
여자, 뇌, 호르몬-사라 메케아 지음_출판사 갈매나무

 

이번 겨울에 몸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읽은 '여자, 뇌, 호르몬' 이라는 책이다. 

여자의 몸과 건강, 지금까지 의학이 밝혀낸 것, 그리고 미신을 다루며,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적힌 책이다.

작가 선생님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활동 중인 신경과학자로 여성의 뇌에 대한 연구를 하시는 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바로 '아직 연구되지 않아 뚜렷하게 알 수 없다'라는 이야기이다. 

우리 몸에 대해서 정말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온 것 같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의학계의 연구는 남성을 중심으로 되어왔기 때문이다. 여자의 몸은 엄연히 남자들과 다르고, 게다가 남자들보다 훨씬 예민한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자의 몸에서 일어나는 생리나 각종 약에 대한 연구는 정말 최근에서야 시작된 것들이 너무 많다. 

예를 들면, 청소년 시기에 피임약을 먹은 여성이 성인이 되었을 때,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랄지. 이런 연구가 겨우 최근에서야 시작되었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 =ㅅ=)! 

 

▷ 브레인 포그 (Brain Fog)란?

 

그리고 갑상선과 관련해서 조금 더 생각해보게 한 대목이 바로 '브레인 포그(Brain Fog)'에 대한 부분이다. 

브레인 포그란 생각을 빨리하지 못하고 몽롱해지며 집중하기 어렵고 쉽게 잊어버리는 현상이다.

현재 의학계에서는 질병으로 분류하지는 않고, 증상으로 보고 있다. 

 

 

말 그대로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증상이다. 

이런 현상은 노화된 난소 때문에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특히나 머리가 흐리멍덩해지고, 제대로 집중해서 하는 일을 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혹시나 치매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증상만 봐서는 브레인 포그와 경도인지장애의 증상이 상당히 비슷하다고 한다. 

원인은 스트레스, 수면 부족, 호르몬 불균형 등등 정말 다양하다. 

솔직히 내 귀에 이 말은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다' 라는 것으로 들린다 =_=)

 

브레인 포그 역시 제대로 연구되어 있지 않은 증상인지라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이 메케이 선생님의 설명이다. 그런데 아마 이 증상은 지금 전 세계에서 주목하고, 연구하게 되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최근 코로나19 덕분에 굉장히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걸린 후 회복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후유증 중 한 가지가 바로 이 '브레인 포그' 현상이다. 

또한, 갑상선 기저질환자가 경험하고 있는 중요 증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갑상선 문제가 있는 사람은 호르몬에 문제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나 역시 이 증상을 경험한 유경험자로서 이야기할 수 있다. 

 

▷ 내가 겪은 브레인 포그 증상 리스트

일단 일에도 책을 읽을 때도 집중이 안 되고, 한없이 멍 때리게 되는 게 나에게 나타나는 가장 첫 번째 증상이었다. 

멍 때리는 것도 솔직히 한계가 있는데, 이 증상을 앓을 때는 정말 30분이고 1시간이고 멍청하게 앉아있게 되더라.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면 시간이 너무 훅훅 지나가 있어 놀랐었다. 

일 할 때도 집중이 안되고 자꾸 손이 멈추게 되고, 남이 말하는 것도 끝까지 계속 듣고 있기가 힘들다. 

주변 사람들에게 너 요즘 왜 그래? 피곤해?라는 이야기도 듣게 되고

그리고 기억력이 나빠지고, 하고 싶은 말이 잘 기억이 안 난다. 단어도 잘 안 떠오르고, 그래서 약간 바보처럼 어어- 하면서 말을 매끄럽게 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리고 행동도 자꾸 느려진다. 나 스스로도 답답하게 느낄 수도 있을 정도로. 

실제로 나도 경도인지장애인가,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도 조기 치매가 온다던데, 하는 뉴스도 보고 해서 

혹시 나도 조기 치매인가ㅠㅠ? 싶어서 엄청 두려움에 떨면서 2019년에 대학병원에서 종합심리검사와 뇌 MRI랑 뇌파 검사까지 다 받았었다. 다행히 경도인지장애는 아니었지만. 

이제는 갑상선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 브레인 포그 치료 및 극복

앞으로 브레인 포그에 대한 연구가 코로나19 때문에라도 활발하게 진행될 테고, 나는 이 연구 결과들을 눈여겨볼 참이다. 

 

나를 비롯한 갑상선 기저질환자들은 '나는 혹시 브레인 포그 증상을 겪고 있지는 않은지' 반드시 체크해보길 권한다. 

일상생활에 너무 지장이 오니 최대한  빨리 알아차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 스스로는 또 알아차리기 힘든 증상이긴 하지만 ㅜ ㅜ 

 

아, 참고로 더불어서 브레인 포그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호르몬 요법이 있다고는 하는데, 이게 100% 확실한 치료법은 아니라는 점이다. 증상도 또렷하게 모르는데 치료법도 아직 없는 게 당연하지 않나 싶다. 

그러니 내 귀에는 결국 갑상선 호르몬을 제대로 돌려놓고, 그 밖의 기타 호르몬들도 모두 제자리로 돌아오면 이 현상도 나아진다는 걸로 들린다. 그래서 호르몬을 구성하는 단백질을 잘 섭취하는 게 너무너무 중요하다는 점! 

 

이번 겨울에 작정하고 단백질을 잘 먹었더니 브레인 포그도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멍 때리는 시간도 이제는 거의 없어졌고, 행동도 그렇게 느리지만은 않다. 평균 성인들의 속도로 거의 돌아온 듯. 

 

 

 

여자가 겪게 되는 몸의 변화에 대해 태어나서부터 노인이 될 때까지- 중요한 부분들을 짚어주는 최신 연구를 모아둔 책이라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쉬운 말로 풀어놓은 책이라 읽기도 어렵지 않다. 가독성도 굳! 지금 여자의 몸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이런 좋은 책을 써준 매케이 선생님께 진심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선생님께서 어디에선가 이 감사한 마음을 꼭 전해 들으셨으면 좋겠다...♡